직장에서 저는 늘 책임감 강하고 꼼꼼하다는 평을 들어왔어요. ISTJ답게 해야 할 일은 미리미리 계획하고, 주어진 업무는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 저의 삶의 방식이었죠. 그런데 요즘 들어 이상하게 제 자신에게 자꾸만 실망하게 되더라고요.
가장 크게 느끼는 변화는 집중력이에요.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산더미인데, 막상 책상에 앉으면 딴생각에 빠지거나 엉뚱한 정보만 찾아보고 있더라고요. 계획을 세우는 건 여전히 잘하는데, 그 계획대로 실행하는 과정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미팅 시간에 갑자기 멍해진다거나, 동료와의 대화 도중 집중력이 흩어져서 다시 물어보는 일도 잦아졌고요. ‘이거 왜 이렇지?’ 싶어서 혹시 만성 피로인가, 스트레스 때문인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봤지만, 쉬어도 똑같으니 걱정이 커지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실수도 종종 합니다. 분명히 확인했다고 생각했는데 중요한 데이터를 누락하거나, 마감 기한을 착각하는 경우도 생기고요. 이런 실수가 반복될수록 자존감도 떨어지고, ‘나답지 않다’는 생각에 무력감마저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는 ‘바빠서 그런 거지’ 하며 이해해주시지만, 제 마음속엔 뭔가 다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커졌어요.
최근에 성인 ADHD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제 상황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ISTJ는 안정적이고 꾸준한데, 저는 왜 이렇게 갈피를 못 잡고 헤맬까 고민했거든요. '산만함', '주의력 결핍', '과도한 생각', '미루기' 같은 증상들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더라고요. 단순히 핑계 삼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지만, 혹시 제가 정말 ADHD는 아닐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상담을 받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물론 이것이 ADHD인지 아닌지는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이 고민을 하면서 제가 저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아요. 완벽을 추구하는 ISTJ 성향 때문에 저를 더 채찍질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도 되고요. 혹시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