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지만, 그로 인해 주변 팀원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안타깝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접근법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만남의 규칙을 정해 보세요. 갑작스러운 만남을 시도하기보다는, 미리 정해진 시간에만 보고나 논의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처럼요. 이렇게 하면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인한 업무 지연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둘째, 협업 방식을 바꿔보세요. 구두 보고 대신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핵심 내용을 미리 공유하는 것입니다. 직접 만나지 않아도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비대면 방식을 활용하면, 그분의 부재로 인한 업무 지연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그분의 천재성을 존중하면서도 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
ADHD가 고민상담소 주제로 올라올 때마다 소환되는 그 분입니다.
그 동안에도 열거하도 힘들만큼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고 그 사이에 두명이 더 퇴사를 했답니다.
그 분과 일한지 오랜 시간이 흘렀고 매일 벌어지는 일인데
몸은 적응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점점 더 지쳐만 가네요.
일단 성인 ADHD의 증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살펴볼께요.
① 집중과 집중 유지의 어려움
- 아주 간단한 일임에도 일을 끝마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 일을 끝마치지 못합니다.
- 세밀한 부분을 간과하는 실수가 잦습니다.
- 별로 상관없는 광경이나 소리 때문에 쉽게 산만해집니다.
- 한 가지 일을 하다가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② 과도한 집중
- 책, TV, 컴퓨터 등 흥분과 보상이 있는 일에는 몰입합니다.
-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다른 중요한 일과 시간 개념을 잊어버립니다.
③ 비조직화와 건망증
- 정리 정돈을 잘하지 못합니다. 방, 책상, 차가 매우 어지럽습니다.
- 일의 예상 소요시간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만성적으로 지각합니다.
-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거나 계획적으로 행동하지 못합니다.
-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제자리에 놓지 않습니다.
④ 불안정함 혹은 끊임없는 활동
-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 자극적이고 흥분되는 일을 추구합니다.
-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 쉽게 지루해합니다.
⑤ 충동성
- 다른 사람의 대화에 자주 끼어듭니다.
- 자제를 잘 못합니다.
-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생각을 그대로 내뱉습니다.
-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행동합니다.
- 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⑥ 감정 조절의 어려움
- 자존감과 성취감이 낮습니다.
- 비판에 대해 과민 반응하며 쉽게 좌절합니다.
- 감정 기복이 심하고 조급합니다.
- 예민하고 폭발적으로 화를 냅니다.
그 분이 해당되는 부분에 색칠을 해보았는데, 이 정도면 ADHD가 맞는거겠죠?
사실 감정에 관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어서 감정조절 부분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공식적으로는 갑자기 화를 낸다거나, 뜬금없이 기분이 좋아보이는 그런 유형은 아니시거든요.
하지만 색칠해지지 않은 부분보다 색칠된 부분이 많은 것을 보니
ADHD가 확실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 분은 정말 워커워커워커홀릭입니다.
이제 그 분이 보낸 메일 발송 시간이 세벽 세네시인 것은 놀랍지도 않아요.
퇴근 후 뿐만 아니라 새벽에도 어찌나 전화, 문자를 하시는지
저는 이 회사를 다닌 뒤로 핸드폰을 무음으로 해두고 삽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제가 전화를 바로 받지 않거나 메시지를 바로 읽지 않아도 화를 내지는 않으세요.
왜냐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하고 계시거든요......
잠을 안 주무시는건지,
자다가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벌떡 일어나서 직원들에게 지시를 하시는건지..
아침에 눈 떴을 때 그 분의 메시지가 와 있으면 하루를 시작하기도 전에 짜증부터 나요.
아직 침대 안인데 벌써 회사에 출근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 분이 회의에 참석하는 한 저희 팀은 회의가 무의미합니다.
한 가지 안건을 논의하려고 회의를 시작하면
갑자기 "아!! 그거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라며 주제를 바꿔버립니다.
기존의 안건을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인데 회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만 하시는거죠.
그 분의 목소리만 들리는 회의실에서 팀원들은 모두 눈만 굴리고 있어요.
마음 속으로는 다들 아... 오늘도 회의 다시 해야겠네....하고 생각하고 있을거예요.
그나마 그 분이 실무진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건지,
그 분의 프리토킹 시간이 끝나고 나면 실무진들끼리 회의 시간을 다시 잡는게 부지기수입니다.
실무진들끼리 일정이 안 맞아서 카톡으로 회의한 적도 너무 많구요.
ADHD가 정리정돈이 잘 안된다고 하지요?
TV에 가끔 집에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모아두고 사는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이 분의 방, 이 분의 차... 정말 엄청납니다. 쓰레기 집에 사는 사람들과 경쟁해도 이길거예요.
저희 회사는 모든 문서가 "거의" 전산화 되어 있어요.
"전부"가 아닌 "거의"라는 표현을 쓰는 건 이 분 때문이예요.
이 분은 이상하게 죽어도 종이문서를 고집하시거든요.
그래서 저희 팀은 전산화도 시키고 종이로 인쇄도 해두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어요.
물론 자료 소실의 문제도 있으니 디지털이라도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지요.
하지만 이 분 방에 쌓여있는 서류더미와 책자들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사는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분의 방이 10평이라고 하면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한 평도 안될거예요.
대부분이 보존기한도 끝난 자료이고 저렇게 쌓아두면 어차피 찾지도 못할텐데,
왜 저렇게 쌓아두는건지 모르겠어요.
대부분 그 분의 방에 잘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피치못하게 들어갈 상황이 생기면
몸을 꾸깃꾸깃 잘 접어서 들어가야 해요.
서류더미를 건드렸다가 서류더미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 일이거든요.
책상 위요?
서류더미는 고정, 머그컵은 기본 3개쯤은 나와 있고 테이크아웃컵도 모으시나봐요.
테이크아웃 컵도 거의 다 차 있는 것, 1/3만 마신 것, 거의 다 마신 것 아주 가지고루입니다.
청소해주시는 여사님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소연을 하시길래
저 방은 건드리지 마시고 쓰레기통만 비워달라고 말씀드렸어요...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분의 주특기는 사내 전화 걸면서, 핸드폰 걸면서, 메시지 보내기입니다.
제 자리 전화가 울려서 받으려고 하면 전화가 끊기고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요.
핸드폰 번호를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전화가 끊기고 사내 메신저가 알람이 울립니다.
메신저를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그 분이 방에서 뛰쳐나오시며 "OO씨 자리에 없어요?"를 외치시죠.
혹은, 사내전화->핸드폰->메신저 턴이 끝나고도 그 분이 뛰쳐나오지 않으시면
따르릉, 하고 제 옆자리 동료의 전화가 울립니다.
이 일은 이제 저희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상황이라 제가 전화를 받지 못하면
옆자리 동료가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그 분의 또 다른 특징이 있어요.
정말 자기 할 말만 하시는 분인데, 주어+목적어를 말을 안합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걸으면서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지시죠.
아니, 어쩌면 주어+목적어를 말을 하셨는데 본인 방에서부터 할 말을 하면서 나오시곤
사무실 밖으로 나가시면서 말을 마치시니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쨋든 우리는 그 분이 남긴 몇몇 단어의 조합으로 추론을 해야 해요.
정말, 너무나도 소모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분 방에 들어갈 때는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었고 최대한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소통하려고 하는 편인데
요즘에는 그냥 그 분께 마이크랑 스피커를 달아놓는게 낫지 않냐는 슬픔 섞인 농담도 하고 있어요.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어려워하는건 말해 뭐할까요.
하루에 500번은 왔다갔다 할거예요.
그 분이 정말 바쁜 분인건 맞아요.
하지만 저의 생각으론 머리로 동선을 정리하고 한번에 일을 처리하면
이렇게까지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거든요.
그냥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생각나는대로 몸을 움직이시는 것 같아요.
그 분은 어떤지 몰라도, 보고 있는 팀원들은 괜히 불안해지고
보고해야 할 일이 있을 때 그 분이 자리에 계속 안계시니까 업무가 지연되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 분은 업계에서 유명한 분이예요.
사실 저도 이 분 때문에 이 회사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구요.
가끔 이 분을 보면서 '저런게 천재구나'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많이 있답니다.
이런 이유로 99.9% 지각을 하는데도 사장님도 눈 감아주시는 듯 하고요.
(사실 수 십년간 지각하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고쳐지지 않아서 사장님도 포기하셨어요.)
인성이 나쁜 사람이었다면 저도 오래 전에 회사를 그만 뒀을거예요.
하지만 인성이 나쁜건 아니예요.
다만, 보는 사람의 혼까지 쏙 빼놓는 산만함이 우리 모두를 미치게 만드네요.
저는 어찌하면 좋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