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진단 받았는데… 그게 변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는 성인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주의산만, 계획 미루기, 감정 기복… 다 제가 평생 안고 살아온 문제들이었는데
그게 단순한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신경발달장애라는 말을 들으니
한편으론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싶었고,  
또 한편으론 진짜 이게 내 핑계가 되면 어떡하지? 싶었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실수할 때,  
제가 ADHD라서요 < 라는 말을 꺼내는 게 망설여져요
책임 회피하는 사람처럼 보이면 어쩌지?
그럼 앞으로도 똑같이 반복할 거라고 생각할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요

 

사람들은 ADHD라면 산만하고 활발할 거라고만 생각하는데  
저는 오히려 조용한 타입이에요


마감 임박해서야 시작하고,  
계획 짜 놓고 실행은 못 하고,  
하루 종일 스스로를 자책하며 멍하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일도 하고,  
친구도 있고, 일상을 나름대로는 유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 혼란스러워요
이 정도면 진짜 ADHD 맞는 걸까?, 그냥 나약한 거 아닐까?

이런 생각들만 계속 드네요

 

약은 시작했는데, 생각만큼 드라마틱하진 않아요
그나마 일정은 조금 더 지킬 수 있게 됐고, 감정 폭발도 줄었어요
근데 약을 먹는 제 자신이 뭔가 정상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자존감이 오히려 더 낮아진 날도 있어요

 

혹시 저처럼 진단 이후에도 혼란스러운 분들 계신가요?  
진짜 ADHD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그 안에서 어떻게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셨는지…  
솔직한 이야기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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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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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님의 글을 읽으며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ADHD 진단을 받은 후에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그 진단이 자신을 변명하거나 책임 회피로 비칠까 두려워지는 마음, 정말 충분히 이해돼요.
     ‘그동안 힘들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하는 안도감과 ‘그렇다고 이걸 핑계로 삼아도 되나?’ 하는 자책감이 동시에 몰려오는 그 복잡한 감정은 많은 성인 ADHD 당사자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님이 이야기한 산만함, 계획 미루기, 감정 기복, 그리고 조용하지만 머릿속이 늘 바쁜 상태는 ADHD의 다양한 양상 중 하나로, 활발한 외향성만이 ADHD의 모습은 아니에요. 
    많은 분들이 보이는 외형적 특징만으로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피로와 자책, 혼란 속에서 묵묵히 버티는 분들도 많답니다.
    
    “이 정도면 진짜 맞는 걸까?”라는 질문은 진단을 받아도 여전히 남게 되는 혼란이죠. 
    특히 일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더 그런 생각을 들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살아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강하고 끈질기게 애써왔다는 증거예요. 
    ADHD는 게으름이나 나약함이 아니에요. 
    그저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를 뿐이고, 그 다름을 이해하고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할 뿐이에요.
    
    약이 드라마틱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도 당연해요. 
    약은 도구일 뿐, 문제를 한 번에 없애주는 마법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감정 조절이 조금 쉬워졌고, 일정도 조금은 지킬 수 있게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변화예요. 
    그 변화 하나하나가 님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예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단은 ‘이제부터 어떻게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위한 출발점이에요. 
    ADHD는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님이 보여준 공감력, 끈기, 자기 성찰 같은 강점도 함께 있는 특성이에요. 
    지금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는 태도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잘 해내고 있어요. 
    혼란스러울 때일수록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해주세요. 그럴 자격이 충분한 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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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성인 ADHD 진단 이후 느끼시는 혼란과 고민에 깊이 공감합니다. 말씀하신 주의산만, 계획 미루기, 감정 기복 등은 ADHD를 가진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이며,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될 수 없는 신경발달상의 특성입니다. 진단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ADHD 진단 후 혼란은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ADHD 진단을 받은 후, "내가 정말 ADHD가 맞을까?", "이게 핑계가 되지는 않을까?"와 같은 생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게으르거나 의지박약하다고 비난해 왔던 분들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ADHD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고민
    회사에서 자신의 ADHD를 밝히는 것은 매우 개인적이고 민감한 결정입니다. '책임 회피'나 '반복적인 실수'로 비쳐질까 봐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만약 업무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ADHD를 언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히 "ADHD라서 그렇다"가 아니라 **"ADHD로 인해 이런 어려움이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DHD로 인해 마감 기한을 놓치기 쉬운 경향이 있지만, 알람 설정과 업무 분할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인 노력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습니다.
    자신을 '아픈 사람'으로 규정하기보다는, ADHD라는 특성을 가진 자신을 이해하고 돌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인지 행동 치료, 생활 습관 개선, 환경 조절 등을 병행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ADHD 진단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ADHD라는 특성을 가진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긍정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느끼는 혼란과 고민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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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안녕하세요.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성인 ADHD 진단을 받고 겪는 혼란과 고민은 많은 분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랍니다. 특히, 자신이 겪는 증상과 사회적 기대, 그리고 약물 치료에 대한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더욱 그렇죠.
    
    ADHD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이 아니며, 신경발달장애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담이 덜어질 수 있어요. 자신이 조용한 타입이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마감 임박해서야 시작하는 습관이나 계획을 세우고도 실행하지 못하는 모습도 자연스러운 부분입니다. 이 모든 것이 ADHD의 특징일 수 있거든요.
    
    약을 복용하면서 느끼는 변화와 자신에 대한 이상한 감정도 충분히 이해돼요. 약이 도움을 주긴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느끼는 감정이 생길 수도 있죠. 이 역시 많은 분들이 겪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진단 이후에도 혼란스럽고,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은 시간이 필요해요. 중요한 것은,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작은 변화와 성장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거예요. 또, 비슷한 경험을 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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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1
    명확하게 진단을 받으셨으니 조금은 안타깝긴 하겠지만은 그래도 내 생활에 있어서 평정심을 유지하시고 빠른 치유와 회복이 될 수 있도록 조금 조금 차근차근 나아가시는 것을 저는 바랍니다.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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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2
    많은 공감부분이 있네요
    인정하자니 정말 맞아? 하는 불안하고 지신감저하되는 기분 그래도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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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3
    성인이라면 사회생활에서는 굳이 adhd라서 라는 변명은 안 해야 할 것 같아요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요 님이 우선 본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 치료가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으면서 개선을 해 보아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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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4
    몇년전 갱년기가 오면서 몸이 안좋아졌는데
    최근에는 ADHD 느낌도 있어서 맘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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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5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어요
    그저 꾸준히 약 복용하며 상담하고 노력하는 수 밖에요
    의지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는 없고
    좋아하고 흥미있는 취미를 가져 보시면 도움이 될겁니다